저장.

한글 발음 표기, 이렇게 읽으세요

1. 표기의 ‘흐’·ㅎ은 r — 목 안에서 긁는 소리

프랑스어 r은 혀끝을 굴리지 않고 목젖 근처를 긁습니다. 저장은 이 소리를 ‘르’가 아니라 들리는 대로 적습니다. 단어 끝이나 자음 앞에서는 ‘흐’(bonjour 봉주흐), 모음 앞에서는 ㅎ 초성(Paris 파히). 다만 한국어 ㅎ보다 목 깊은 곳에서 가글하듯 울리는 소리라, ‘흐’와 ‘그’ 사이로 내면 비슷해집니다. l은 그대로 ‘ㄹ’이니 표기에서 r과 l이 갈립니다.

2. 앙·옹·앵의 받침 ㅇ은 입을 닫지 않습니다

an·en·on·in·un은 콧소리 모음입니다. 한글로는 받침 ㅇ으로 적지만 실제로는 ‘ㅇ’ 소리가 따로 나지 않고, 모음을 코로 울리며 길게 낼 뿐입니다. 입을 닫고 ‘ㅇ’을 붙이면 뒤에 없는 자음이 생깁니다. bon(봉)과 bonne(본)의 차이가 바로 이겁니다. un은 파리에서 in과 같은 소리라 ‘앵’으로 적습니다(un 앵, lundi 랭디).

3. 위(u)는 ‘이’ 입술로 내는 ‘우’

tu·rue·du의 u는 입술을 ‘우’처럼 오므린 채 혀는 ‘이’ 자리에 둡니다. ou(우)와 완전히 다른 소리입니다. 표기 ‘위’를 두 소리로 나눠 ‘우이’라고 읽지 말고, 한 번에 짧게 내세요.

4. 어·더·버(eu)는 입술을 둥글린 ‘어’

deux·je veux·monsieur의 eu는 ‘어’ 소리에 입술만 둥글게 오므린 것입니다. 외래어 표기법은 ‘외’로 적지만 그러면 ‘웨’처럼 읽게 되어 어긋나므로, 저장은 ‘어’로 적습니다. 표기의 ‘어’를 읽을 때 입술을 둥글리면 됩니다.

5. 드·르·스·느의 ‘으’는 거의 삼킵니다

je·ne·de·le·ce의 e는 아주 짧고 약한 소리라, 표기의 ‘으’를 또렷하게 읽으면 한 박자 늘어집니다. 자음만 살짝 건드리고 다음 낱말로 넘어가세요. 단어 끝의 e(table·carte)는 아예 소리가 없고, 앞 자음만 남습니다.

6. 낱말이 이어 붙습니다 (리에종)

vous avez는 ‘부 아베’가 아니라 ‘부 자베’입니다. 앞 낱말의 묵음 끝자음이 뒤 낱말의 모음에 붙어 살아납니다. 저장의 표기는 이 소리를 뒤 낱말 머리에 붙여 두었으니, 표기대로 띄어 읽으면 맞습니다. 다만 s·x는 ‘ㅈ’, t·d는 ‘ㅌ’, n은 ‘ㄴ’으로 붙는다는 것을 알면 낯선 문장에서도 짚을 수 있습니다.

7. h는 언제나 소리가 없습니다

hôtel·heure·huit의 h는 읽지 않습니다. 표기에 ‘ㅎ’·‘흐’가 보이면 그건 h가 아니라 1번의 r입니다. 반대로 영어처럼 ‘호텔’이라고 h를 내면 프랑스 사람에게는 낯선 소리가 됩니다.

8. ch는 ‘슈’, j·g는 부드러운 ‘주’

ch는 영어의 ‘치’가 아니라 ‘쉬’입니다. j와 e·i 앞의 g는 ‘ㅈ’으로 적지만, 혀를 입천장에 붙이지 않고 바람만 내는 부드러운 소리입니다. 영어 vision의 s 소리와 같습니다.

9. ill은 ‘이유’, gn은 ‘뉴’

fille·billet의 ill은 l 소리 없이 ‘이’로 미끄러지고, gn은 ‘그ㄴ’이 아니라 한 번에 ‘뉴’입니다. 표기에는 이미 반영돼 있으니, 철자를 보고 l이나 g를 살리지만 않으면 됩니다.

10. 강세는 끝에, 질문은 끝을 올려서

프랑스어는 영어처럼 낱말 앞을 세게 치지 않습니다. 문장 전체를 평평하게 읽다가 마지막 음절만 살짝 길게 끕니다. 한국어 억양과 비슷해서 오히려 편합니다. 회화에서 물음표가 붙은 문장은 낱말 순서가 평서문과 같은 경우가 많으니, 끝을 올리는 것만으로 질문이 됩니다.

말할 때 한 가지 더